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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방

버리고 떠나기

by 깨알소금 2011. 11. 19.

버리고 떠나기 잎이 떨쳐버리고 빈 가지로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자신도 떨쳐버릴 것이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무들에 견주어볼 때 우리 인간들은 단순하지 못하고 순수하지 못하며, 건강하지도 지혜롭지도 못한 것 같다. 그저 많은 것을 차지할려고만 하고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며 때로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콕 막혀 어리석기 짝이 없다. 무엇이든지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면 사람은 거칠어지고 무디어진다. 맑은 바람이 지나갈 여백이 없기 때문이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 설수 없다. 그러므로 채우는 것은 침체되고 묵은 과거의 늪에 갇히는 것이나 다름없고, 차지하고 채웠다가도 한 생각 돌이켜 미련없이 선뜻 버리고 비우는 것은 새로운 삶으로 열리는 통로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는 것을, 단순히 계절의 순환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비 본질적인 삶의 부스러기를 털고 버림으로써 본질적인 삶을 이룰 수 있다는 암시요 계시로도 받아 들여야 한다. 자연의 교사부터 배우려면 따로 학습이나 예습이 필료 없다. 그저 아무 생각 없는 빈 마음으로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흙을 가까이하면서 나무들을 매만지면서 쓰다듬으며 가지끝에 열려 있는 하늘을 이따금 쳐다 보아야 한다. 하늘은 툭 트인 무한한 우주 공간을 우리에게 안겨 줌으로써, 어느 국지(局地)에 매달리거나 안주 하려는 그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버리고 떠나기 중에서  /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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