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주머니가 텅 비도록 지껄였다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고
등 뒤로 잎이 지고 있었다
곧 겨울이었다
무섭도록 쭉 뻗은 선로를 따라 걸엇다
덜컹거리는 정신을 목적지로 이끄는
이 긴 사상의 회초리
걸음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비둘기들이 구구 울었다
불 주위로 빙둘러선 늙은 사내들이
무질서하게 타오르는 불길과 묵묵히 악수놀이를 햇다
분명 사람들은 아니었다 궁금한 건
겨울의 두터운 외투 주머니 속에는
모두 몇 개의 불이 담겨 있을까
여자는 오늘도 집에 없었다
한 잔 가득 찬 우유를 따라 마시고
거울 앞에 서서 어느 코미디언의 한물간 제스처를 흉내내었다
거을 속의 남자가 빨란 루주로 x표를 쳤다
방 안 가득 어지럽게 널린 여자의 옷가지들
몸을 샅샅이 알아버린 뒤에
우리는 쉽게도 서로에게 공포가 되었다
달력의 그림처럼 흔한 풍경이엇다
깜박 깜박 형광등이 변덕을 부리는 밤
벽지 가득 하릴없이 앵 무 새 라고 썼다
곧 겨울이었다
컹 컹 컹 어디선가 흰 이빨들이 날아와
베개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